2015년 1월 22일 목요일

한국교회의 무법자들

'주의 종'이 '교회의 왕'인가


먼저 오래 전 호주 어느 현지 교회에서 들은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고 싶습니다. 한 젊은 목사님이 수 년 동안 목회하던 교회의 임기가 끝나서 사임을 하고, 새로운 임지를 향해 아주 멀리 떨어진 다른 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이사 당일 그 분과 가족들은 허름한 승용차 뒤에 작은 트레일러 하나를 끌고 나타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거기에 실은 것이 그 목사님과 가족들의 이삿짐 전부였다는 것입니다. 트레일러라고 해봐야 손수레보다 서너 배 큰 정도이니 얼마나 들어 가겠습니까.

더욱 놀란 것은 교인들 아무도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요란한 이임식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 목사님은 교인들과 일일이 다정하게 포옹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셨고, 교인들은 떠나는 차를 향해 손을 크게 흔들어 준 것이 송별회의 전부였습니다. 새로운 임지까지는 차로 3 일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한국교회의 여러 목사님들에 익숙해 있던 필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었습니다. 당시에는 그 목사님과 가족들을 생각하며 크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고, 국내선 비행기표 몇 장 제대로 안 챙겨준 인정머리 없는 교인들에 대해 많이 서운해 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생각을 달리 하고 있습니다. 그 목사님은 당연히 '주의 종'다운 검소한 모습을 실천하며 정상적으로 살고 계실 뿐입니다. 오히려 비정상적인 데에 익숙하게 살다가 보니, 순간적으로 정상이 비정상으로 보인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들으니 호주 교회 대부분의 목사님들이 그처럼 검소하게 사신다고 합니다. 실제로 필자도 한 백인 목사님 일가족이 여름 여행 중에 모텔이나 호텔을 구하지 않고, 친구 목사님댁에 들려 거실 쇼파와 바닥에 슬리핑백을 깔고 자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있습니다.

목회자가 부유해도 되나 
목사가 너무 가난해서 생활이 어려울 정도가 되는 것도 잘못된 일이겠으나, 반대로 중산층을 넘어 부유층으로 산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연스럽지 않은 일입니다.

언젠가 "교인 중에 굶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목사도 숟가락을 내려 놓으라"고 말씀 하셨던 어느 원로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어느 교회나 교우들 중에는 가난한 교인들이 분명히 있을 터이고, 나아가 교회 주변의 지역사회에도 틀림없이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을 터인데 정상적인 목사라면 어떻게 부유해질 틈이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입니다.

한경직 목사님처럼 입고 있던 양복마저도 있는 대로 남에게 자주 나누어 주다 보면 저절로 검소하게 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에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물게 유난히 사치를 떠는 한국교회의 일부 귀족 목사님들께서는 양을 돌보는 목사라면서, 고급차를 타고 다니시며 식사 때마다 입으로 비싼 음식들이 잘 넘어 가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고아와 과부를' 돌보라는 말씀은 가난한 자를 잊지 말라는 뜻이며 성경 여러 부분에서 반복해서 강조되어 나오는 하나님의 중요한 명령이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혹시 요즘 귀족 목사님들은 성경을 필요한 부분만 오려서 들고 다니시는지요. 점입가경으로 심지어 어떤 귀족님들은 돌보라는 고아는 돌보지 않고 엉뚱하게 시키지도 않은 교회 여비서나 여신도 돌보기에만 몰두해 사고를 치고 있으니 보는 사람들의 속이 다 터질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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