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활속에서 때때로 고사성어를 인용하여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불문곡직' 이라던지 '타산지석' 이라는 고사성어는 흔히 쓰이는 말이지요.
그런데 작년 이맘때쯤인가 충남일보의 지국장 한 분과 환담 도중 그 분께서 출간한 책 ( 수요칼럼과 충일시론을 통해 발표한 글을 모은 책) 한 권 을 선사받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우리가 생활속에서 사용하는 욕 (욕지거리)의 유래가 앞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고사성어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족가지마 (足家之馬)]
[시벌로마(施罰勞馬)]
[조온마난색기(趙溫馬亂色氣)]
[어주구리(漁走九里)]
위의 고사성어...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많이 사용하는 욕지거리들과 발음이 비슷한 것 같지 않습니까?
벌써 머리가 휑~하고 도시는 분들은 이러한 욕지거리의 유래가 고사성어에 있다는 것을 아셨을겁니다.
(1) 족가지마(足家之馬)
중국 진나라 시대, 성씨를 정할 때, 가지고 있는 비범한 재주나 특이할만한 신체의 일부를 들어 성씨로 삼는 마을이 있었다. 대대로 귀가 큰 집안은 이가(耳家), 화술에 능통한 사람을 많이 배출한 집안은 구가(口家) 하는 식이었다. 그 곳에 수가(手家)도 있었는데, 손재주가 뛰어난 인물을 다수 배출했다.
이 수가(手家)에서 애지중지하는 말 한필이 있었는데. 가전수법(家傳手法)으로 특별히 조련된 천리마였다. 수가 (手家) 집안 장손이 이 천리마를 타고 전쟁터에 나가 큰 공을 세웠고, 황제로부터 높은 벼슬을 하사받았다. 수가 집안은 대번에 마을의 명문대가로 올라섰다.
한편, 수가(手家)와 라이벌 의식을 지니고 있던 족가(足家)에 비상이 걸렸다. “수가의 손재주와 우리 족가의 발재주는 실로 막상막하였다. 우리도 이제 말 한 필을 잘 길러 장래를 도모함이 어떨꼬?” 족가지장(足家之長)의 설레발에 그들도 말 한 필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시일이 흐르고, 수가네 장손에게 패했던 적들이 보복을 하려고 그들의 마을로 쳐들어왔다. 족가지장은 3대독자인 아들을 독려했다. “말을 타고 빨리 나가거라. 수가네보다 먼저 적들을 무찔러야 한다.” 그러나 조련이 덜 된 말에 올라 타 고, 서두르던 족가지자(足家之子)는 말이 달려나가자마자 대문의 윗부분에 머리를 부딪쳐 어이없게 사망했다.
족가지장은 비명횡사한 아들의 주검을 부여잡고 통곡하며 울부짖었다. “내가 진즉 분수에 맞는 행동을 했더라면 오늘의 이 참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을.......” 이때부터 세인들은 분수에 맞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 면전에서 “자네, 족가지마.” 라고 비웃듯 충고했다.
조련이 덜 된 족가 집안의 말이 족가지마(足家之馬) 인데, 이 말이 우리나라에 넘어와 우리식 발음으로 읊어보니 '족가지마' 이다. 이 말이 생활 속에서 굳어져 “ㅈ~까지마.”로 발음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자기의 주제도 모르고 남의 일에 번번이 참견하거나 분수에 맞지 않는 행동을 수시로 하는 사람에게 비웃듯 충고하는 말 (우리는 주로 욕지거리 化하여 사용) 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2) 시벌로마(施罰勞馬)
중국 당나라 시대, 한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였다.
한 농부가 땀을 뻘뻘 흘리며 밭을 갈고 있는 말에게 연속 무자비한 채찍질을 가하는 광경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나그네는 매를 맞는 말이 너무 안쓰러워 그 연유를 농부에게 물었다.
“열심히 일하는 말에게 왜 채찍인가?” 농부는 심드렁하게 답했다. “자고로 말이란 가혹하게 다루어야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법이지요.” 남의 말을 놓고 가타부타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어 발걸음을 재촉하던 나그네는 매 맞으며 일하는 말이 못내 불쌍하여 잠시 가던 길을 멈췄다. 그리고는 긴 탄식과 함께 한 마디를 내뱉는다.
“아! 시벌로마(施罰勞馬).” 번역하면 “아, 열심히 일하는 말에게 (상 대신) 벌을 주는구나.” 모름지기 직장상사나 임원 및 CEO 들은 시벌로마의 유래를 각골명심해야 부하직원들의 원성을 사지 않을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부하직원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직장상사의 뒤통수에 대고 흔히 쏘아 대는 말인데, 아랫사람들이 잠시 쉬는 꼴을 잠시도 용인 못하는 일부 몰상식한 상사의 3보 뒤에서 낮은 톤으로 “시~벌~로마.” 라고 잘근잘근 씹어 제켜주면 효과만점이다.
원색적인 우리식 발음으로 “씨~발~놈아.”라고 발음하는 것은 본 고사성어의 유래를 모르는 것이다. 이제 욕도 좀 유식(?)하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여담이지만, 작년 말 중국에 업무차 출장가서 한족에게 배운 인사말 “이~따꺼, 쯔발로마?”는 “이 선생, 식사했소?”하는 소리다. 따라서 쯔발로마는 시벌로마 (施罰勞馬)와 어원이 상이함을 아울러 밝혀둔다.
(3) 조온마난색기(趙溫馬亂色氣)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조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조씨에게는 만삭인 부인이 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 부인이 말하길 “여보! 어제 밤 꿈에 말 한 마리가 온천으로 들어가 목욕을 하는 꿈을 꾸지 않았겠어요. 아마도 우리가 말처럼 활달하고 기운 센 아들을 얻게 될 태몽인 것 같아요.” 라고 하였다. 조씨는 심히 기뻐하며 “그것 참 좋은 태몽이구려. 어서 빨리 우리 아들을 보았으면 좋겠소.”라고 하였다. 사흘 뒤 조씨 부인은 매우 건강한 사내아이를 순산하였고, 조씨는 태몽을 따라 아이의 이름을 온마(溫馬)라 지었다. 세월이 흘러 조온마가 스무 살이 되었다. 조온마는 조씨 부부의 기대와는 다르게, 마을의 처녀란 처녀는 죄다 욕보이는 천하의 난봉꾼이 되었다.
이를 보다 못한 마을 사람들은 결국 조온마를 관아에 고발하였고, 조온마는 판관 앞에 끌려 나가는 신세가 되었다. 판관은 추상같은 목소리로 판결을 내렸다. “조온마난색기(趙溫馬亂色氣)로고. 조온마는 난잡한 색기로 마을을 어지럽혔다. 따라서 거세를 당함이 마땅하다.” 결국 조온마는 거세를 당하여 씨없는 수박 신세가 되었고, 조씨 집안의 대가 끊기게 되었다.
이후, 사건을 목격했던 마을 사람들은 경거망동을 일삼는 자를 볼 때마다 “조온마난색기”라고 충고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경거망동을 일삼는 경박한 자를 얕잡아보며 충고할 때 저절로 (?) 나오는 말로 “분수에 넘치는 행동을 경계하라.”는 의미심장한 교훈이 담긴 고사성어이므로 우리식의 발음대로 “조~온~만한 새끼.”라고 힘주어 발음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역시 어원의 유래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잡고자 조온마난색기의 유래를 알아보았다.
(4) 어주구리(漁走九里)
중국 한나라 말기의 일이다. 어느 연못에 예쁜 잉어가 한 마리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연못에 굶주린 메기 한 마리가 침입하였고, 메기는 잉어를 보자마자 잡아먹으려고 했다. 잉어의 연못의 이곳저곳으로 메기를 피해 도망 다녔으나 역부족이었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어진 잉어는 초어적(超漁的)인 힘을 발휘하게 된다.
궁지에 몰린 잉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뭍으로 튀어 오르게 되고, 지느러미를 다리삼아 냅다 뛰기 시작했다. 메기가 못 쫓아온다는 걸 알게 될 때까지 잉어가 필사적으로 달린 거리는 약 9리 정도 되었을까? 암튼 10리가 좀 안되는 거리였다고 한다.
그런데, 잉어가 뛰는 장면을 목격한 한 농부가 잉어의 뒤를 따랐다. 잉어가 뛰기를 멈추었을 때, 그 농부는 이렇게 외쳤다. “어주구리(漁走九里), 물고기가 9리를 달렸도다.” 그리고는 기진맥진한 잉어를 포획하여 귀가했고, 잉어탕을 끓여 온 식구가 맛있게 먹었다고 전한다.
어주구리(漁走九里)를 “어~쭈구리!”라고 발음하면 약간 무식(?) 해 보이는 연유를 밝힌다. - 이 무식이 도를 넘어 F&B 체인점 (정확히는 선술집 체인점) 의 이름이 "어쭈구리"가 있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 능력도 안 되는 자가 센 척하거나 능력 밖의 일을 하려고 할 때, 주위의 사람들이 콧방귀를 뀌며 상용하는 말로 내뱉을 때 비꼬는 듯한 말투로 약간 톤을 높여 말하면 매우 효과적인데, 대부분 우리식의 발음으로 “어~쭈구리!”라고 발음하는 경우를 종종 듣는다.- 결국 "어쭈구리" 라는 체인점은 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왜? 체인점 자체의 상호의 뜻이 능력도 안되는데, 능력있는 것처럼 꾸미거나, 능력 밖의 일을 하는 상점" 이라는 뜻이기에...후후..특히 상호나 회사 이름 작명은 무척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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